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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는 제법 오래 만났지만 나는 술에 취한 네 목소리 한번 들어본 적 없다. 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, 구태여 숨기지도 않았지. 그래서 소심한 너는 내 앞에서 잠시도 흐트러질 수 없었을거다. 나는 너를 오랫동안 애태웠고, 너는 내게 멋진 남자이고 싶어했기 때문에. 그러나 모든 것들을 말할 수 있는 지금에서야 나는 네가 참 안쓰럽다. 4년을 훌쩍 넘긴 만남 동안 너는 늘 전전긍긍했어. 내 마음에 들기 위해. 내 권태를 어루만지기 위해. 기운 빠진 내 모습이 너로 인한 권태인 줄은 모르고, 순진하게도 너는 매일 노력했어. 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는 나를 사랑했으면서도 그 어떤 반응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넌 나를 어려워했어. 나는 그걸 알면서도 너에게 너그러워지지 못했어. 이건 미안한 감정일까. 사실 나는 너에게 미안했던 순간이 얼마 되지 않아. 만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너이기도, 나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행복했던 건 분명 너였을테니까. 다만 나는 네가. 안쓰럽다는 생각만이 자꾸 든다. 너의 다음 사랑은 네게 안식이기를. 권태가 아닌 안식으로 너를 부드럽게 얽매기를. 안녕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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